방역당국 "박능후 장관 발언은 방역에 도움 안되는 발언" 서둘러 수습 나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보건복지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보건복지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대본) 비공개 회의에서 '성 소수자 이동 경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발언이 성소수자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중대본이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고 의견을 밝히며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앞서 김경수 경남지사는 11일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서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에게 ‘좀 전 중대본 회의 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태원, 논현동, 익선동이 성 소수자들의 이동경로이니 적극 대응해달라는 발언은 대단히 위험한 얘기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박능후 장관의 발언은 성소수자를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낙인 찍으며 이들을 곧 코로나 감염자로 본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이어 김경수 지사는 문승욱 차장에게 “성 소수자 차별일 뿐만 아니라 이태원 클럽 확진자 발생에 대한 정부 대응이 성 소수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라며 “장관님 인식이 그렇다는 건데 걱정되네요”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문승욱 차장은 “사회실장에 전달해서, 복지부 측에 대외적으로 불필요한 언급이 없도록 협의(하겠습니다)”라고 답장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능후 장관의 발언(문자 내용)은 사실로 확인됐고 이에 중대본이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2일 브리핑에서 박능후 장관의 발언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박능후 장관의 발언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고 사태를 수습했다.

성소수자들이 출입하는 이태원 클럽 등에서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방역 당국은 클럽 이용자들에게 자진 검사를 권고했지만 성소수자로 노출돼 낙인이 찍히는 ‘아웃팅’을 우려한 성소수자들, 그리고 성소수자로 오인될 것을 우려한 이성애자들 상당수는 모습을 감추며 숨었다.

한편 공공의 건강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차별에 대한 회피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태원 클럽과 인근을 방문한 사람들의 신원파악을 추진하던 방역당국은 12일 극단적인 방책을 추구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방역당국과 서울시는 클럽 주변 기지국 접속자 명단을 추리기 시작했다며 한 방송사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방역당국과 서울시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태원 클럽 5곳 주변 기지국의 접속자들을 알려 달라고 통신3사에 요청했다.

방역당국과 서울시의 조치가 알려지자 대부분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에서는 “전염병 예방이라는 공익이 있기는 하지만 수단의 적절성과 필요성 상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중국과 같은 감시사회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클럽 주변 기지국 접속자 명단은 12일 방역당국과 서울시에 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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