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전세계 노동시장에 큰 충격이 왔다. 사회적거리두기 내지 락다운을 실시하면서 소비활동과 생산활동이 크게 위축되니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용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때 각국은 각각 그 시스템에 맞는 노동시장, 고용정책을 가져간다. 일반적으로 사민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들은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정책을 선호하고 자유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들은 고용을 탄력적으로 유지하는 정책을 선호한다.  물론 나라마다 예외는 있다.

현재 확고한 신자유주의 체제이지만 1970년대까지 사민주의 종주국으로서의 전통이 남아 있는 영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고용 안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은 임금의 80%를 보전하는 ‘고용 유지 계획 (job retention scheme)’에 따라 실업, 해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고용 유지 계획’의 적용시한을 6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고용 유지 계획'에 따라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면서 휴직이나 휴가를 보낼 경우 정부가 월 임금의 80%까지, 최대 2천500 파운드(약 380만원)를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영국 정부가 식당과 펍 등 대중 이용 영업장의 폐쇄를 명하면서 동시에 발동된 '고용 유지 계획'은 당초 5월 말까지 적용하기로 했다가 6월 말로 1개월 연장했다. 그리고 또다시 4개월 연장해 10월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강력한 ‘고용 유지 계획’ 덕분에 영국은 실업률이 평소 보다 두배 이상 뛸 것이라는 국제 기구, 연구소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 4월 21일까지 실업률을 4.0%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신자유주의 체제인 미국은 영국과는 달리 극단적으로 유연한 고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최근 5월 8일 발표된 바에 따르면 14.7%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7주 동안 실업수당 누적 신청 건수는 3천300만 명으로 대공황 이래 최대의 실업자가 나왔다.

확연히 다른 이 두 나라의 고용,노동 정책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영국의 정책이 바람직하며 미국은 당장 나라가 무너질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사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코로나 팬데믹 국면은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종국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이전의 라이프 스타일은 이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AC, BC (After Corona, Before Corona)라는 말도 나오고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염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새로운 사회가 지속되는 것이다. 잠깐 왔다가 가버리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면 그에 맞는 신산업, 이른바 언택트 이코노미니 긱 이코노미니, 구독 이코노미니 하는 새로운 산업에 맞춰 노동시장을 유연히 가져가야 한다.

그러니 무작정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능사가 될 수는 없다. 물론 미국처럼 부실한 사회적안전망에 무작정 해고, 실업을 방치해서도 안된다.

미국과 영국 그 중간 어드매 쯤의 정치경제체제가 바람직한데... 학자들은 이 체제를 이걸리태리언 리버럴리즘 (Egalitarian Liberalism)이라고 한다.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평등론적 자유주의’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강력한 사회적안전망과 유연한 노동시장이 평등론적 자유주의 시스템의 특징이다.

저작권자 © 뉴스빅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