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정규모 이상의 항공, 해운 기업에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하면서 고용을 90%이상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부가했다. 

그 조건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고용을 90%이상 의무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불경기는 단기간에 해소될 것이 아니며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  

고용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수요가 없는데 고용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 기업을 살리자고 지원하는 돈이 구조조정을 막음으로써 기업을 죽일 수 있게 된다.  가뭄 속에 서서히 말라죽어가는 나무처럼 죽는다.

불황이 단기적 양상이 아니라 장기적 구조적인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면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 해고되는 노동자의 생존이 문제시 된다.  그러나 노동자의 생존은  산업안정기금을 통해서 도모해야 할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생존은 사회적안전망을 통해서 도모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OECD 국가들의 경우 복지와 사회적안전망에 지출하는 예산은 GDP의 25%내외다. 

신자유주의국가들의 경우는 GDP의 20~25%정도를 복지와 사회적안전망에 지출한다.  사민주의국가들의 경우는 GDP의 25~30%정도를 사회적안전망에 지출한다. 

한국은 대략 10%정도 연간 150조원 정도를 복지와 사회적안전망에 지출한다.  한국의 복지,사회적안전망 지출 규모는 신자유주의 국가들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턱없이 적은 지출이다.

게다가 한국은 아직 복지와 사회적안전망의 개념구별이 되어있지도 않은 실정이다.  복지와 사회적안전망이 개념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정책담당자들도 필자가 보기엔 거의 없다.  

사회적안전망은 실업·해고, 재난, 질병이 갑자기 발생해 생존이 위험해질 경우 작동하는 일체의 안전망이다. 떨어지지 않게 하는 개념이다. 

복지는 실업·해고, 재난, 질병과 무관하게 삶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국가 사회적 부조다. 올려주는 개념이다. 

기업을 살리는 정책과 노동자를 살리는 정책은 분리해서 집행돼야 한다. 기업을 살리겠다면서 노동자도 동시에 일거에 살리려다가는 둘 다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수요가 없어서 필요도 없는 노동자들을 계속 고용하면서 기업이 계속 경영이 어려워지게 하는 것 보다는 기업에 고용의 자유를 부여해서 기업을 살리고,  노동자의 경우는 사회적안전망을 통해서 노동자를 살려야 한다.

즉, 똑같이 40조원을 투입한다고 했을 때 산업안정기금에 40조원을 모두 한 곳에 투입하는 것보다 산업안정기금과 사회적안전망 지출에 나눠서 투입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의 시스템이고 작은정부 즉 경제(시장)에 관여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경제에 관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에도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제에 관여를 최소화하되 사회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바로 현대적 의미의 작은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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